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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 문제 해결과 고객만족을 위한 사회 성과 보상 제도
2021.09.30
어느 순간 기업들은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회의 문제 해결이 바로 그들의 본분이며 그것이 곧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됨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이제 고객은 사회 문제를 등한시하는 기업에 더 이상 ‘만족’을 나타내지 않는다. 아무리 제품과 서비스가 탁월하다고 해도 그런 기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고객만족과 이어지는 기업의 사회 문제 해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 | info@cses.re.kr
2011년 미국 서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특별한 도시 재생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이른바 ‘다운타운 프로젝트(Downtown Project).’ 라스베이거스의 번화한 스트립 거리에 비해 낙후되었던 구시가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인데, 특이한 점은 이 사업을 시작한 주체가 주정부나 시정부가 아니라 바로 자포스(Zappos)라는 민간 인터넷 판매회사라는 점이다. 자포스는 왜 사업을 시작했을까. 자포스의 CEO였던 토니 셰이(Tony Hsieh)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근무하는 젊은 기술자와 창업가들이 편하게 일하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사업을 통해 무려 15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경제적 효과는 무려 2억 달러를 상회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였다. 엑스프라이즈(XPrize)라는 민간 비영리단체 단체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1994년에 설립된 이 단체의 미션은 ‘인류가 봉착한 거대한 위기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국제 공모전이라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 단체는 2021년 들어 세간의 큰 주목을 받게 되는데, 바로 일론 머스크가 자금을 지원한 탄소 제거(Gigaton Scale Carbon Removal)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인류의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머스크가 무려 1억 달러를 상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공모전은 현재 진행 중이며, 2050년까지의 연간 10기가톤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원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 문제 해결 노력
어느 순간 여러 기업들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벗어나 사회 문제나 국제적 목표를 해결하는 데 그들의 재원과 두뇌를 총동원하고 있다. 왜일까. 어느 순간 기업과 기업가들은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사회의 문제해결이 바로 그들의 본분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변화와도 동일한 맥락이라 할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원대한 목표 추구가 이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도 바로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기업의 사회 문제 해결 노력이 여기저기서 서서히 분출되고 있음이 가히 환영할 일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의 사회 문제 해결 노력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결실로 연결될 수 있을까. 2020년 1월 새해 벽두에 발표된 다보스포럼의 매니페스토(Manifesto) II는 기업의 ‘보편타당한 목적(Universal Purpose)’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 공유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고 천명하였다. 그리고 기업의 이런 목적 지향적 노력은 2가지 측면에서 ‘측정(Measurement)’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경제적 측면의 수익률과 ESG 목표의 달성도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인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측정을 전제로 한 합리적 관리’를 진작부터 행동으로 실천해 왔다. 이 글에서는 사회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방편으로서 사‘ 회 성과 보상 제도’의 측정과 인센티브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 문제해결의 혁신 : 사회 성과 보상 제도
2000년대 영국은 보건의료 서비스 수요는 넘쳐나는데 이를 지원할 재정 상황은 만성 부족 사태에 봉착해 있었다. 이때 공공 서비스의 공급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결과 기반 보상 모델(Payment by Results : PbR)’이었다. 공공 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고,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먼저 사업을 진행한 후에, 민간 수탁기관이 실제 창출한 ‘측정’ 결과에 따라 정부가 비용과 사전 약정한 수익을 사후 지급하는 재정 지출 방식이다. 이 PbR 모델을 통해 부족한 공공 의료 서비스의 공백을 보완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였다. 이런 결과 기반 보상 모델은 자연스레 사회 문제 해결에 목적을 둔 사회 투자(Social Investment)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그 결과 2007년에는 영국 내 사회 투자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전문기관인 소셜파이낸스(Social Finance)의 주도로 다자간 계약 형태의 새로운 민간 위탁 방식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사회 성과 연계 채권(Social Impact Bond : SIB)’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교도소 수감자의 재범률 감소를 목표로 기획된 피터버러(Peterborough) SIB로, 2010년 3월 말 기준 500만 파운드(약 87억 원) 규모로 발행되었다. 2013년 중간 평가에 따르면 피터버러 교도소의 12개월형 미만 성인 재소자 3000여 명의 재범률이 11% 감소하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이 SIB의 성공 여부는 미리 합의한 사회 문제 달성도로 판단되며, 이 달성도는 제3의 평가기관에 의한 사후적 ‘측정’을 통해 객관적 성과 평가로 결정된다. 이후 SIB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130여 개가 시행되었고, 국내에서도 2014년 3월 서울시를 시작으로 총 13곳에서 시행되는 성과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2015년 4월 SK그룹에 의해 새로운 사회 성과 보상 제도가 시작된다. 바로 ‘사회 성과 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 : SPC)’ 제도이다. 시장 실패가 다반사인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부문에서 이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사후적으로 화폐가치로 ‘측정’한 후 이에 비례해서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로, 사회적 가치를 시장 가격 기구에 내부화 하기 위한 시도로 시작되었다. SPC는 2021년 기준으로 벌써 7년차가 되었으며, 매년 30~50여 개의 사회적 기업을 선발하여 사회 성과를 측정해 왔다. 2021년 현재 누적 288개 기업이 선정되었으며, 이들이 창출한 누적 사회 성과는 2389억원에 해당하고, 이들 기업에 지급된 인센티브 총액은 456억 원에 이른다.
이 제도의 제일 큰 관건은 사회적 기업들이 창출한 사회 성과를 화폐화하여 측정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Intangible)를 눈에 보이는 가치(Tangible Value)로 체감화한다는 점에 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인재들이 사회 문제 해결에 뛰어들 수 있도록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에는 스위스개발협력청(Sw iss Agency for Development and Cooperation : SDC)이 SPC의 측정-인센티브 제공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투자자를 유치하여 사회 성과가 좋은 사회적 기업에게 투자 자본을 제공해 주는 일종의 혼합 금융 모델인 ‘SIINC(Social Impact Incentive)’를 멕시코에서 처음 시작한 바 있다. 이 제도 또한 사회적 기업의 시장 실패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기업의 규모 있는 성장을 위해 도입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SPC와 유사하다 하겠다. 다만 SPC가 ‘제도’의 형태로 구성되어 매년 30~50개 사회적 기업을 추가로 선정해 나가는 장기 실험적 성격이라면, SIINC는 특정 사회 성과 ‘프로젝트’별로 이루어지는 단기 사업별 과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토대 : 측정과 인센티브
다운타운 프로젝트에서부터 SIINC까지, 우리는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갈수록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굳이 ESG 라는 용어를 입에 올리지 않고도 자본주의 시대의 주역인 기업은 이제 그 출생 목적부터가 사회 문제 해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정 부족 또는 시장 실패 상황에서는 민간기업의 측정보상 메커니즘이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음도 목도할 수 있다.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민간의 창발적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때 사회 문제 해결의 큰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만들어 가는 사회적 가치의 객관적이고 가시적인 ‘측정’에서 발원되고 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간 보이지 않았기에 막연히 생각해 왔던 기업의 사회 성과를 인풋/아웃풋을 넘어 실제 사회 성과의 결과인 아웃컴(Outcome) 위주로 측정해 내고, 이러한 사회성과는 시장 기구에 근거한 인센티브 체계로 보상이 됨으로써 그 상승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훑어본 2000년대 초반의 결과 기반 보상 모델부터 최근의 SPC, SIINC의 사례까지 우리는 측정과 인센티브 기제의 문제 해결 능력을 찬찬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2021년 11월 초에는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COP26(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회의를 개최한다. 여기서는 ‘넷제로 2050’ 목표를 재천명하면서, 우리 인류가 봉착한 기후변화라는 큰 도전에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결단력 있는 행동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류의 막중한 행동 변화의 최전방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우리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각자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 가치 혹은 ESG 성과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면서 조직 대내외의 인센티브 기제로 한층 증폭시켜 감으로써 넷제로 대열에 뒤쳐지지 않고 선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여 더 큰 고객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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