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Trend
KMAC가 전하는
CS Insight와
다양한
소식을 만나보세요
디지털 전환 시대, 감성의 균형과 미래 고객경험의 길
2025.09.30
KCSI가 지난 30여 년간 보여준 것처럼 고객만족도는 단기적 마케팅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과 안정적 추진을 통해 판가름 난다. 오늘의 고객은 어제보다 더 까다롭고, 내일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것이다. 결국 고객경험을 세심히 설계하고 기술과 감성이 균형을 이룰 때 기업은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경험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송광호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가치혁신그룹장
고금리와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의 지갑은 점점 더 닫히고 있다. 기업에 대한 충성도 역시 약화되어 고객은 언제든 더 나은 혜택을 주는 대체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가 충성도를 담보했지만 오늘날의 소비자는 합리성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대안을 탐색한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일수록 고객만족과 고객 감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기업 경쟁력이 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분기별 조사에 따르면 경기 둔화로 전체 산업의 만족도와 재구매 의향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고객의 기본적인 신뢰와 애착은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기업이 고객경험을 세심하게 관리한다면 충분히 반등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족도 하락에도 불구하고 충성도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경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의 시선은 점차 ‘디지털 전환’에만 쏠리고 있다. 온라인화와 자동화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동시에 고객 불편을 야기하는 부작용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키오스크다.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기술일지 몰라도 고령층이나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된다. 인적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디지털 시스템만 강조하면 고객 접점에서의 불편은 곧 기업의 이미지 훼손과 충성도 이탈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의 소비자는 '사람’이다. 기업은 기술 이전에 사람을 이해해야 하며, 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영역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고객만족(CS)과 고객경험(CX)은 자전거 페달과 같다. 페달을 멈추는 순간 자전거가 넘어지듯, 고객을 향한 관찰과 노력을 멈추는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더 빨리 달릴 필요는 없지만 꾸준히 고객을 관찰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경기침체기라고 해서 이 과제를 소홀히 하면 단기적으로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결국 브랜드 이미지에 장기적 손상이 누적된다. 사람의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LG 같은 글로벌 기업도 이러한 점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다. 두 기업 모두 기술 혁신 못지않게 고객만족을 경영의 중심에 두며 성장을 이어왔다. 성장의 본질적인 에너지는 화려한 마케팅이나 일시적 가격 경쟁이 아니라 고객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는 경험에서 나온다.
지금은 디지털 전환이 곧 기업의 생존 과제로 떠오르는 시대이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감성을 터치하는 경험’이다. 디지털 전환과 고객 감성 터치를 조화롭게 융합할 수 있는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고객경험 트렌드는 이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에서 벗어나 체험형 몰입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의 편리함이 보편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단순 구매가 아닌 브‘ 랜드 세계관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젠틀몬스터가 대표적이다. 아이웨어 매장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예술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공간 연출로 고객이 브랜드의 철학과 세계관 속으로 몰입하도록 한다. 매장마다 서로 다른 테마를 설정해 대형 설치물을 배치하고, 방문객에게 단순 쇼핑을 넘어 문화적 체험을 제공한다.
무신사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쌓은 데이터를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에 반영해 공간별로 타깃에 맞춘 브랜드와 경험을 큐레이션했다. 고객은 매장 곳곳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탐색하며 디지털 QR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강남 한복판에 놀이터 같은 매장을 열어 MZ세대가 자유롭게 드나들며 최신 제품을 체험하도록 했다. 이 매장은 단순 판매장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통하는 문화·놀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해외 사례도 흥미롭다. 나이키는 서울 홍대에 세계 최초로 ‘나이키 스타일(Nike Style)’ 매장을 열며 디지털과 피지컬의 융합을 시도했다. 증강현실(AR) 체험과 인터랙티브 아트 요소를 매장 곳곳에 배치해 고객이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 참여자가 되도록 했다.
레고는 미국 뉴욕 5번가 플래그십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레고 모자이크와 미니 피규어를 제작하거나 자신이 만든 작품을 AR로 구현해 스크린 속 가상세계에서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이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오프라인 공간을 단순한 매장으로 보지 않고 브랜드를 체험하는 무대로 설계한다는 것이다. 플래그십스토어, 팝업스토어, 인터랙티브 쇼룸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동일하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고객의 오감을 자극하고, 참여를 유도하며, 브랜드와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이러한 공간 마케팅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채널이 보편화될수록 오프라인 공간은 차별화된 체험의 장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브랜드는 상상력 가득한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소비자와 깊이 소통하며, 단순한 구매를 넘어 브랜드 가치를 각인시킨다. 특히 MZ세대와 알파세대는 경험 중심 소비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체험형 고객경험은 더욱 기업의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인사이트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