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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B2B 기업들
2022.09.30
그동안 B2B 기업들에 있어 ‘고객중심’은 먼 나라 얘기였다. 그러나 이제 B2B 기업들도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의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는 격언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고객중심경영’, ‘고객경험’이란 화두는 이제 B2B와 B2C를 가리지 않고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종운 KMAC 고객가치혁신부문 부문장 | jwkim@kmac.co.kr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기업들과는 달리 B2B 기업은 거래하는 고객 수가 한정적이다. 많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거래를 하다 보니 직접 관리가 가능했다. 그래서 밀착 관리를 통해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을 특별히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선도적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B2B 영역에서도 마케팅이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특히 기업의 마케팅 활동 중에서도 고객 니즈를 확인하거나 시장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리서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B2B 기업들도 ‘고객 중심’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B2B 기업들에게 있어 ‘고객 중심’이라는 단어 속에는 지금까지 B2B 기업들이 해 왔던 시장 세분화 방법의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즉 과거에 단순히 지역, 채널, 기업 규모 등 관리 중심의 공급자 관점에서 실행하던 시장 세분화에서 고객 니즈를 근거로 한 시장 세분화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둘째, B2B 기업들의 시장 수요 예측에 있어 오차율이 매우 높다. 과거 연구에 의하면 B2B 제품의 평균적인 수요 예측 오차율(Mean Absolute Percentage Error, MAPE)이 무려 30%에 이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B2B 제품의 수요가 최종 소비자나 전방 산업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B2B 기업들이 최종 소비자의 니즈 변화나 전방 산업의 동향보다는 과거의 판매 데이터에 기반하여 수요 예측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한정된 수의 고객을 두고 경쟁하는 B2B 기업들에 있어 시장 내에서 경쟁사의 영업 활동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정확도가 떨어진 수요 예측으로 인해 불필요한 자원을 과다 투입하거나 반대로 수요에 대한 적시 대응을 못함으로써 성과 창출의 기회를 놓치게 되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많은 선진 B2B 기업들이 고객 관점에서 시장 세분화를 하고 이를 토대로 보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밀한 리서치를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잘 알려진 몇몇 B2B 기업들의 마케팅 사례를 통해 고객 중심 시장 세분화와 시장 지향적인 수요관리의 올바른 방향은 어떠할지 살펴보자. 특히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또는 실질적인 수요 예측의 정밀도 제고를 위해 리서치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 보자.
B2B 기업 시장 세분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체로 B2B 기업들에 있어 고객의 니즈는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범용 제품의 경우 가격을,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맞춤형 서비스나 품질을 구매 의사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부즈 알렌 해밀턴의 조사에 의하면 산업별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산업재의 경우에도 전체 고객 집단 중 최소 5%에서 최대 25%까지의 고객들이 무조건적인 가격 할인보다 제품 사용으로 얻는 효용이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또한 30~45%의 고객은 가격이 최우선 요소이기는 하지만 때때로 가격 이외의 서비스나 거래 기업과의 관계에 의해 구매 결정이 좌우된다. 실제 국내 철강회사의 고객만족도 조사 과정에서 인터뷰에 응한 고객은 해당 철강회사의 독점적인 제품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좋은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른 제품군을 구매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유사한 분석도 있다. 산업용 레진 범용 제품에 대해 구매 결정의 70% 정도는 비가격 요소에 의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에서는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해서 고객이 반드시 그것을 다 인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결국 고객이 원하는 바로 그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가격 인하로 인한 이익 상실이나 비효율적인 가치 과부하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객 니즈에 대한 잘못된 인식, 무의미한 시장 세분화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대부분의 B2B 기업들은 고객의 지리적 위치, 거래 채널, 기업 규모와 같은 관리 편의적인 요소에 따라 시장 세분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리 편의적, 공급자적 관점의 세분화로는 고객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 이제 B2B 기업들도 ‘고객 관점’에 따른 시장 세분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B2B 기업으로 꼽히는 라파즈, 다우 코닝, 듀퐁 등이 고객 관점으로 시장을 세분하고 각 세분 시장별로 차별화 된 가격 정책이나 맞춤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매출 상승, 마진율 제고 등의 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 B2B 기업들 역시 이렇게 시장을 고객 관점으로 세분화하고 각 세분 시장의 규모와 수요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다. 그 사례에 대해서는 수요 예측까지 살펴본 후 마지막에 다시 설명하겠다. 다만 B2B 기업들이 고객 관점의 시장 세분화를 위해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먼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제품 사용 목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고객경험이 한국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는데, 이미 40년도 더 전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시어도어 레빗 교수는 “드릴을 사 가는 소비자는 드릴을 산 것이 아니라 그 드릴로 뚫을 구멍을 산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고객경험을 강조했다. 즉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제품을 사용하는 목적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중간재 성격이 강한 B2B 산업재 시장에서는 고객의 고객, 즉 최종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 고객에 대한 전략이 변하면 고객사의 전략도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가 친환경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을 한다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던 B2B 기업들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최종 고객인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제품 사용 목적에 대한 이해, 고객사의 고객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리서치를 활용하고 있다. 이때는 주로 포커스그룹인터뷰, 관찰조사, 일대일 심층인터뷰 등의 리서치 기법들이 활용되는 데, 이러한 기법은 고객도 인지하지 못하는 니즈를 찾아내는 데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소셜리스팅이라고 불리는 소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B2B 기업들이 무슨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하느냐’라 묻는다면 이미 그 기업은 경쟁사의 전략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수요 관리
많은 B2B 기업들이 수요와 판매량을 혼동하여 내부 관점에서 예측된 판매량을 기초로 생산 및 판매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시장 수요와 차이를 만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밀어내기식 영업 관행에 빠지거나 돌려막기식 출하관리를 하는 경우까지 발생시킨다.
따라서 B2B 기업이 높은 수준의 경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시장 기회와 전체적인 수요 규모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기초해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대상 시장, 판매량, 가격 수준을 체계적으로 규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수요 예측도 예측의 한 종류이므로 틀릴 수가 있다. 하지만 주가 예측이 틀린다고 해서, 날씨 예측이 틀린다고 해서 예측을 포기하지 않듯이 수요 예측이 다소 틀릴지라도 지속적으로 예측을 시도하면서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럼 보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계량적 예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계량적 예측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예측 대상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는데, 보통 수요를 예측해야 함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판매량을 수요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예측 요건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즉 예측 수준, 예측 기간, 예측 간격 등을 예측 목적에 따라 정의해야 한다. 끝으로 예측 대상의 전략적 특성에 따라 계량적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유연하되 객관적인 보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중 가장 첫 번째로 제시한 정확한 정보획득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의 고객인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리서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리서치에 의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있어야 수요 예측 모델의 신뢰도를 높여 조직 내 다양한 의견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B2B 가전 시장 세분화 및 수요 예측 사례
일반적으로 가전 시장은 B2C 시장으로 생각하기 쉽다. 백화점, 할인점, 온라인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빌트인 가전이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B2B 가전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의 품목은 대표적인 B2B형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국내 가전 A사는 보다 체계적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과학적인 리서치에 기반한 수요관리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선행적으로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기존에 가전 B2B 시장에서 실시해 오던 수요 분석의 한계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세분화된 수요 로직을 수립하여 국내 시장 규모를 예측하며 잠재적 매력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방향을 도출하였다.
A사는 고객 대상의 포커스그룹인터뷰, 직원 및 전문가 대상의 일대일 인터뷰 등을 통해 시장과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여 시장을 세분화하였다. 속한 산업은 다르지만 앞에서 예시로 제시한 세멕스와 유사한 방식이었다.
즉 가전 빌트인 시장을 크게 건축물 유형과 고객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다. 건축물 유형은 주거(아파트, 오피스텔, 다가구, 단독) 및 상업 시설(신축, 증축, 대수선, 모델하우스)로 분류하고, 고객 유형은 세부 산업, 규모, 용도, 비즈니스 모델 등으로 분류하여 각 세분 시장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수, 사업체의 수를 파악하면서 전체 시장 규모와 수요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 수요를 산정하기 위한 기본 로직을 설계하고 수요 산정 모델링을 실시하였으며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건축회사, 모델하우스 등을 비롯해 산업 전문가(SME)를 대상으로 한 정밀하고 광범위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였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조사 대상자를 확보하여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B2B 가전 시장의 수요 산정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 예를 들면 행사율, 적용률, 구매율, 교체 주기 등에 대한 정보와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여 모델을 정교화할 수 있었다.
A사는 이러한 시장 세분화와 수요 산정 모델을 확보함으로써 판매량이 아닌 수요에 근거한 생산 및 출하 관리를 할 수 있게 됨은 물론 각 세분 시장 내에서 경쟁사와 어느 정도의 갭을 가지고 있는지, 갭을 만들어 내는 주요 요인은 무엇인지를 명확히하여 우위는 유지하고 열위는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물론 A사는 구축된 수요 산정 모델을 실제 적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갈수록 강화되는 B2B 기업들의 리서치 요구
지금까지 B2B 기업들의 시장 세분화와 수요 예측을 위한 리서치 동향 및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최근 B2B 기업들이 요구하는 리서치 영역이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고객만족도 조사이다. 고객만족도는 대표적인 B2C 기업들의 관심사였다. B2B 기업들이 고객만족도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것은 B2B 제품의 특성에 기인한다. 대체로 산업재 성격을 갖는 제품이다 보니 고객만족도가 높고 낮음이 구매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되기도 하고 최종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B2B 제품의 구매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주는 사례가 증가하다 보니 B2B 기업들도 고객만족도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과 불만 요인에 대한 개선 의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철강회사인 B사,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C사 등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고객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그 외 직원들의 품질에 대한 인식, 안전문화에 대한 인식, 직원의 만족이나 경험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B2B 기업들도 과거와는 달리 객관적인 리서치를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B2B 기업들도 이제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의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는 격언을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 중심의 경영, 고객경험의 화두는 이제 B2B와 B2C를 가리지 않고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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